교육부가 어제 발표한 ‘사교육 경감 및 공교육 정상화 대책’은 EBS 수능 연계 영어·수학 교재의 학습량을 줄이고, 학원비를 외부에 표시하는 ‘옥외 가격 표시제’를 확대하는 게 골자다. 박근혜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내놓은 사교육 줄이기 종합대책치고는 알맹이가 너무 없다. 사교육의 근본적 원인인 고교입시, 대학입시, 대학 서열화 손질 등에 대한 중장기 대책은 쏙 뺀 채 교재 난이도 조절 등 지엽적인 문제만 건드렸다. EBS 영어 교재의 어휘를 줄이고, 수학 교재 권수를 줄이는 정도로 과연 사교육 광풍을 잠재울 수 있겠는가.
EBS 교재를 쉽게 만드는 것은 ‘쉬운 수능’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것인데 최악의 ‘물수능’ 여파로 올해 입시에서 불거진 변별력 상실 문제가 향후에도 계속될 뿐이다.
국내 사교육 시장 연령대는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0~5세 영유아 16.2%가 사교육을 받고 있고 월 100만원이 넘는 영어유치원이 확산되면서 사교육 때문에 등골이 빠지는 가정이 숱하다. 지난해 사교육비 총규모는 18조6000억원에 달하고 학생 1인당 월 사교육비는 23만9000원으로 증가세다. 그나마 MB정부 때 3년간 1인당 월 사교육 지출이 6000원(총 2조원) 줄었는데 이는 특목고 입시제도를 자기 주도 학습으로 가능하도록 손질한 영향이 컸다. 입시제도를 고치지 않고는 사교육을 줄이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정부가 사교육 근절을 위해 9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선행학습금지법도 효력을 발휘하기는커녕 사교육을 더 조장한다는 지적이 많다. 사교육 진원지인 사교육 업체에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광고를 금지하고 있지만 위반 시 처벌 조항도 없다 보니 사교육 쏠림이 더 심해지고 있다.
교육부는 영유아 대상 영어학원에서 외국인 강사 채용을 금지하는 것을 검토하겠다는데 이런 방법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영유아 조기 영어 교육이 과연 효과가 있는지 상세한 분석을 통해 학부모들을 설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교육부는 과거에 나왔던 대책을 재탕할 게 아니라 사교육을 줄일 수 있는 근본 해법이 뭔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고민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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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설] EBS 英·數학습량 줄여 사교육비 경감 말이되나
- 입력 :
- 2014-12-18 00:01:01
- 수정 :
- 2014-12-18 12:0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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